즉석만남
link  호호아줌마   2024-07-10


‘즉석 만남’은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흔한 연애 관습이 되었다. 걱정 많은 부모들이 이 용어를 ‘창녀’나 이 말이 함의하는 다른 많은 불온한 뜻과 관련지으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hook은 어부나 영업사원이 사용하는 미끼, 속임수 등의 의미로도 쓰인다. 미식축구든 권투든 간에 스포츠 세계에서 ‘훅’을 당하는 이는 행복한 처지가 아닐 것이다.

한편 낚인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그것이 설사 건강에 좋은 운동에 중독된 것이거나 자선중독이라 할지라도, 노예화의 상태나 자유의지가 상실된 경우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포박된 상태, 의존적 상태를 시사한다. 일단 한 번 낚이면 제방 위로 팽개쳐져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 입각해 볼 때 ‘즉석 만남’에는 오늘날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의미보다 더 불길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후킹은 가벼운 애착 그 이상이 결코 아니다. ‘훅 업 하자’는 ‘또 보자’ 혹은 ‘지금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 아니지만 또 만나자’ 라는 의미다.

상대방을 향한 긍정적인 느낌이 담겨있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즉석만남’의 부정적인 면을 이용해, 약속할 의사가 없거나 그럴 처지가 아니라고 말하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우연한 만남이 주된 만남의 형태가 되었다. 내가 처음 미국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대학에 있던 동료들은 ‘밥 한번 먹죠’라고 말하곤 했는데, 나는 이때마다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가능한 날짜가 있는지 살펴 보았다. 그렇지만 동료들의 표정을 보고는 내 행동이 부적절한 것이었음을 바로 깨달았다.

정확한 의전을 파악하는 데 나는 딱 그만큼이 걸렸다. 식사 약속을 잡는 것은 진짜 논점이 아니었던 것이다. 누군가 ‘밥 한번 먹자‘ 라고 말할 때 적절한 대답은 이런 것이다.

’좋죠. 그래요. 밥 한번 같이 먹어요. 편할 때 연락해요.‘ 그래서 ’밥 한번 먹자‘는 ’안녕하세요‘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상대방은 어떤 유의미한 구체적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밝게 ’좋아요‘ 하거나 ‘잘 지내요’ 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그저 피상적인 사교 관계를 위해 예의상 하는 말일 뿐이다.

진짜 약속은 정말로 낚고 싶은 사람, 정말로 밥 한번 같이 먹고 싶은 사람과 잡는 것이다. 이럴 때는 으례 구체적인 시간을 정하면서 함께할 시간 있어요? 라는 상투적 표현을 쓴다.

오늘날 데이트 문화에서는 대개 아주 친밀해지는 것은 피하고 가끔씩 연락해 관계를 유지하는 식의 원칙을 따른다. ‘즉석 만남’이 딱 그렇다. 바로 이런 표현을 선택해 사용한다는 것은 독재 시대에 사람들이 성과 사랑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드러내 준다.

더 이상 배우자나 친구를 찾거나, 좋아하는 대상에 접근하거나, 그 사람의 변덕스러운 특이함을 이해하거나 간파하려 노력하는 등의 과정을 즐기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낚고hooking , 떼어 내고unhooking 다시 새로운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고 있다. 이런 헌신적 관계 기피는 요즘 인간관계에서 새로 유행하는 경향이다.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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